기환이의 졸업식

큰아들 기환이가 드디어 중학교를 졸업했다. 기환이가 어렸을때 일에만 매달렸던 나는 상대적으로 아들에게 많은 신경을 써주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기환이는 한창 공부의 기틀을 잡아 주어야할때 그러지 못했고, 공부하기를 아주 싫어하는 학생이 되었다.

학생이 공부하기를 싫어하면 공부를 못하게 되고, 공부를 못하면 학교 다니기가 지옥같아 진다. 공부 잘하는 소수의 학생에 초점을 맞춘 우리 나라 학교 실정에서 성적이 좋지 않은 아이들은 학교가 그저 따분하고 버거울 뿐이다. 어쨌든 그러다 보니 이런 저런 크고 작은 사고도 치게 되고 생활부 선생님의 호출로 학교에 불려 갔던 기억도 있다.

그러던 아이가 중학교를 졸업한 것이다. 나는 정말 감개무량했다. 중학교 졸업에 이렇게 감격하다니.. 아마 대학을 졸업하는 날엔 정신을 잃겠노라고 혼자 말을 하며 나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좋은 것은 좋은 것이다.

요즘은 애들이 중학교 때가 반항기이자 가장 사고를 많이 친다고들 한다. 학교 밖은 너무나 모든 정보에 노출된 자유로운 공간인데 반해서 학교는 여전히 성적순으로 아이들을 줄세우는 곳이기 때문인 것같다.

다행히 졸업이 가까워 오면서 고등학교를 가게 된다는 생각 때문인지 기환이는 한결 어른스러워졌다. 예전에 비하면 엄마와 얼굴 마주하며 얘기하는 시간도 많아 졌고 자신의 불만들도 쏟아 내게 되었다. 아이가 맘에 안들고, 이유를 모르게 반항을 한다고 해도 꾸준히 대화를 하고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 그저 아동심리학 교과서에 나온 것만이 아닌, 사실임을 알게 되었다.

기환이 때문에 더러 속상해 하면서도, 사실 나는 기환이가 나중에 커서 스스로 자신의 길을 잘 찾아 낼 것으라 늘 믿고 있었다. 기환이가 비록,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많은 재주를 가졌고, 그 재주들이 기환이의 인생을 값지고 보람있게 만들것이라는 사실을 굳게 믿기 때문이다.

늘 마음속에 담아 두었으나 가끔은 쑥스러워 자주 전하지 못하는 얘기를 오늘은 꼭 기환에게 건네고 싶다.
"기환아, 엄마는 너를 믿는다. 졸업 축하해!"


by easysun | 2008/02/14 22:19 | H#1 : 일상사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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